설봉서원

설봉서원(설봉대학)의
새로운 도전

저는 오늘 설봉서원의 제8대 원장으로 취임하는 영광을 안고 출발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추대하기 위해 노력해주신 최석홍 이사장님을 비롯한 4대 문중 대표님과 임원, 서원가족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리며 유서 깊은 설봉서원을 경영하는 원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무거운 사명감을 느낍니다.

1. 설봉서원의 태동과 복원

설봉서원은 지금으로부터 457년 전인 1564년(명종19)이천부사 정현(鄭)이 이천읍 창전동 안흥지 옆에 설립, 이는 최초의 사액서원인 백운동(紹修)서원보다 21년 늦은 기호지방 최초서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그 후 1593년(선조26)에 관고리로 이전 되었고,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1871년 훼철되는 등 서원 흥망성쇠의 변천 속에서도 4현의 향사를 지속 유지해 오다가 훼철 136년만인 2007년에 현재의 서원모습으로 復元되었습니다.
그 復設의 動機는 제가 민선 利川市長으로 재직 시 1999년 경북 안동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으면서, 선비의 고장 안동시는 26개 서원이 존치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시는 1개의 서원도 없다는 사실에 크게 자극을 받아 전국기초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예산을 지원, 4대문중과 함께 복원을 서두르게 된 것입니다.

2. 설봉서원의 현재 位相과 역할

현대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맞으며 마을공동체와 가족공동체가 크게 해체되고 핵가족 개인지향의 사회로 변화하면서 전통문화가 소홀해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서원의 2대 기능은 享祀와 敎育기능입니다. 첫째는 설봉서원에 배향된 4분의 先賢은 고려 때 福川 徐熙선생, 조선조 栗亭 李寬義선생, 慕齋 金安國선생, 逍遙齋 崔淑精선생으로 모두 爲國精神과 學德이 뛰어난 분들로 매년 봄가을로 추모하여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기능은 강학과 교육입니다. 현재 서원 본당인 明敎堂과 동재, 서재의 기숙사를 활용한 雪峯大學을 설립, 일반성인등의 평생교육의 場으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 10여개 과목에 제 13기를 배출, 본 서원을 거쳐 간 연인원이 단기 수료까지 합쳐 무려 4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전국 600여개 서원중에서 향사기능에만 멈추지 않고 교육기능도 병행하여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살아있는 서원’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3. 설봉서원의 새로운 미래를 열며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는 전통문화가 깊은 민족은 어떠한 시련을 만나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뜻으로 정신문화의 소중함을 대변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가난한 농업도시 로마가 로마정신(관용)으로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으며, 궁벽한 지역에서 일어난 신라가 화랑정신(진취)으로 삼국을 통일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정신이 쇠퇴했을 때 그들은 스스로 소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역사가 E.H.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합니다. 과거와 대화를 통하여 미래를 바라보라는 뜻이 아닐까요? 이는 논어의 溫故而知新과도 상통하는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利川精神’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입니다.

利川이란 명칭은 利涉大川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합니다. 고려태조 王建이 우리 고장의 福河를 건너 후백제를 물리친 후 주역 64괘중 5괘인 需卦()의 利涉大川 고사를 인용하여 利川이란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역사인문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은 밝히고 있습니다. 큰 하천을 건너 천하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大川은 험난한 시련을 상징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바로 弘益, 相生, 冒險의 정신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三大정신은 전통문화와 현대첨단문화를 아우르는 '利川精神'으로 확립, 설봉서원이 平生敎育의 學習센터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學習이란 論語 첫머리에 나오는 學而時習之不亦說乎(배우고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유래합니다. 고전의 學習方法은 原義의 해석, 現在의 의미, 학습자 활용의 3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인생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러한 배움의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4. 이천 설봉서원의 비전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600여개 서원중에서 ‘살아있는 일등서원’이 되는 것입니다.
재작년에 한국의 9개서원이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는 그만한 역사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인정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설봉서원은 소수서원에 이어 기호지방에 설립된 최초의 서원이었으나 구한말 대원군의 서원훼철정책으로 휴면기를 거쳐 복원 된지 14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上記 유네스코에 등재된 서원의 장점을 취합, 설봉서원에 접목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져 합니다. 우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後學들은 先賢의 숭고한 遺志를 받들면서 종래의 사고방식에서 탈바꿈하여 고전을 현대에 접목하는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하는 감상력」을 함양하는 터전을 만들려 합니다. 따라서 교육관의 건립을 ‘이천시를 비롯한 관련기관’과 긴밀하게 협의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 목표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갑시다.

5. 맺으며: 우리가 바라는 사회

인류가 꿈꾸는 이상향은 大同社會, 심포니사회입니다.
서원의 핵심 기능은 ‘道 의 具現’입니다. 道 는 바로 ‘人間의길’ 결국 人間愛(Humannism)를 함양하는 것입니다.
일찍이 孔子는 “道가 행해지면 사회가 공정해져서 현명한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고, 신의가 존중되며 화합하는 사회가 이루어지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만을 부모라 여기지 않고 남의 부모 또한 내 부모로 여기며 남의 자식들도 내 자식처럼 여기며 노인들의 여생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젊은이들은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고 어린이들도 밝게 자라며...” 이러한 大同社會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주장하는 도덕중심의 정의사회이며 인간중심의 복지사회일 것입니다.
심포니사회는 각자의 역할이 다르지만 서로 존중하는 和音의 사회입니다. 예컨대, 각자의 악기-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등은 자기 나름의 고유한 소리를 내지만 지휘자의 지도아래 전체적으로는 調和를 이룹니다.
저는 이러한 꿈이 설봉서원에서부터 퍼져나가기를 염원하며, 저 자신부터 ‘설봉서원’이라는 명품 브랜드 형성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